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지난 <연애할 때 감정 조절이 안 된다면?> 1편에선
사람들의 ‘감정 다루기’ 유형을 확인했었고,

2편에선 그중에서도
‘같은 감정을 남들보다 격하게 느낄뿐더러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압도형이 겪는 연애 문제에 대해 알아봤었죠?

불안정한 대인관계, 낮은 자존감,
잦고 격한 애인과의 싸움, 문제 회피하기.
그리고 남들보다 몇 배 아픈 이별까지.

그래서 이제 마지막 글.
‘더이상 내 감정에 휘둘리거나 압도되지 않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문제점을 파악하자

지금까지 살펴본
‘압도형’의 문제점은 명확합니다.

1. 남들보다 나쁜 감정을 몇 배나 ‘더 크게’ 느낀다.
2. 남들보다 나쁜 감정을 훨씬 ‘다양하게’ 느낀다.
3. 그 혼란 속에서 내가 지금 느끼는
‘진짜 감정’이 확실히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서울대학교의 민경환 교수는
이런 압도형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서 지능’을 키우는 게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서 지능은 쉽게 말해
‘평소 내 기분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지’
‘평소 내 감정 상태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지’
그 정도를 이야기하는 건데요.

정서 지능이 높을 수록
‘내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거죠.

이 정서 지능을 높이는 방법은
예상외로 굉장히 쉽습니다.

바로 ‘일기 쓰기’!

‘에이, 뭐 맨날 문제만 있으면 일기 쓰래?’
‘맨날 일기 쓰면 뭐가 좋아진대.'
생각하지 마세요.

이건 조금 특별한 일기 쓰기거든요.

 

이성적인 일기 쓰기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일기 쓰기는
굉장히 ‘감성적인 행동’이죠.

하지만 이 일기 쓰기는
‘이성적인 방법’의 일기 쓰기입니다.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준비과정이 있습니다.

1단계.
일기 첫 장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감정의 종류’들을
주-욱 적어보세요.
갯수 제한도 없어요. 아주 많겠죠.

본격적인 일기 쓰기는 이제부터입니다.

2단계.
매일 밤 책상에 앉아
오늘 내가 겪었던 가장 ‘격한 사건’ 하나
육하 원칙 하에 적어보세요.

3단계.
그리고 그 순간을 회상하면서
아까 적어뒀던 ‘나쁜 감정의 종류들’ 중
그때 느꼈던 것 같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몇 가지 골라내어 보세요.
(개수는 상관이 없습니다)

4단계.
이제 마지막 순위 매기기예요.
그중 내가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은 순서에 따라
감정 순위를 매기는 거죠.

이런 방식의 일기 쓰기를
꾸준하게 반복하는 겁니다.

 

어떤 효과가 있죠?

이런 특이한 방식의 일기 쓰기는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어요.

나라는 사람이 기분 나쁜 상황에 처했을 때,
보통 어떤 행동을 하고,
거기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 원리를 조금씩 알아나가는 거죠.

처음엔 분명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을
골라 적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기분 나쁜 상황에 처했을 때
보이는 행동과 감정의 패턴들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특정한 상황에서
내가 보통 어떤 감정을 1순위로 느끼는지
그 규칙을 알게 되는 거죠.

초반엔 일기를 쓸 때가 되어서야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지만,

이 반복적인 연습을 거치고 나면
그 깨달음의 간격이 짧아집니다.

연습에 연습을 거치면,
드디어 기분 나쁜 상황에 처한 바로 그 순간에,
‘나는 지금 질투를 하고 있구나!’
‘나는 지금 답답하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게 되죠.

그럼 내 행동도 바꿀 수 있는 거예요.

변화의 시작은 곧 ‘정확한 이해’니까요!

이렇게 ‘정서 지능’을 높이고 나면
괜한 어림짐작으로 화를 내는 대신
대화를 시도해볼 수도 있고,

직접 내 감정을 추스를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마지막 긴급 처방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천해 드리는 방법은
'하룻밤 식히기'입니다.

폭발할 것 같은 내 감정을
도저히 컨트롤하지 못 하겠다 싶으면
애인과 바로 언쟁을 벌이지 말고
하룻밤만 무조건 빨리 잠자리에 드는 거예요.

그러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이야기를 해보는 거죠.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일기를 써보면 더 좋고요.

물론 미리 애인에게
"나는 감정을 잘 컨트롤 못 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양해를 구해야죠.
애인이 그걸 회피처럼 느끼지 않도록요.

"내가 너무 격한 모습을 보이면
하룻밤만 시간을 줄래?
도망가려는 게 아니라 여유를 가져보려는 거야.
나를 믿고 딱 하룻밤만 기다려줘."

그럼 적어도 "아, 몰라. 우리 헤어져!!" 같은
순간의 실수는 방지할 수 있을 겁니다.

 

길고 길었던 감정 여행

자, 세 편으로 이어진 참 긴 여행이었죠?

압도형들은 늘 이런 말들을 듣고 살아갑니다.
“너는 왜 그렇게 감정적이야?”
“넌 왜 그렇게 복잡해?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자괴감에 시달리고요.

하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압도형들은 지금껏 갖고 있던 내 문제가 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해결 방법까지 알게 되었고요.

‘이성적인’ 일기 쓰기.
낯설고 귀찮겠지만 꼭 꾸준히 해보길 바라요.
내 애인이 ‘압도형’ 같다면
같이 시작해보는 것도 좋고요.

이제 더 이상 내 감정에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인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괜찮아. 천천히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