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한다.’
라는 문장은 어떠한가.
이것 또한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
이 문장은 어떤가?
아마 불편할 것이다.
타인이 자신을 거부하거나
거절하는 의사를 밝힐 때,
혹은 은연중에 피하는 기색을 보일 때
우리가 느끼는 극심한 공포와 불쾌감을
거절에 대한 두려움
(Rejection Fear)이라 한다.
주로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성으로 언급되지만,
꼭 병적인 수준이 아니더라도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타인이 나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은 자연스럽다.
사랑할수록 두렵다
누군가와의 사이에 단순한 관계 이상의
가치가 투영되어 있다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면 '평생을 같이할 친구',
'절대 그만두면 안 되는 직장의 상사',
'생애 한 번뿐인 운명 같은 사랑'
이들과의 불화, 결별을 경험할 때의 두려움이 그렇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없다는 문장이
참이라 인정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려 한다.
내가 마음을 준 상대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도
관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어떤 감정보다 커졌을 때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이별에 대한 걱정이 일상이 된다.
상대와 건설적인 성과를 일궈내거나
추억을 만들기에도 부족한 소중한 시간이
‘관계가 틀어지면 어쩌지’를 고민하며
덧없이 흐르기 쉽다.
상대방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별생각 없이 툭 던진 말에도
끝없는 고민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저런 말을 하는 속뜻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어지는 걱정은
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걸까...?’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생각 자체가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말 한마디도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며
불필요한 신경을 쓰게 되고,
혹시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않을까
행동도 위축된다.
나의 마음만 편하지 않은 게 아니다.
상대방도 왠지 모를 감정선의 변화를
느낄 수밖에 없다.
헤어짐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하면
상대를 구속하려 하기도 한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시시각각 보고받기를 원하고,
통제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은
불편함으로 물들어간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건
우리는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다.
항상 사랑만 받을 수 없고,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방법은 없다.
심지어 내가 곁에 두고픈
사람일지라도 그렇다.
그의 마음은 내 것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과 현실은 별개다.
이를 직시해야 한다.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어떤 노력도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곁에 있는 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 이별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공포가
우리의 관계를 해치지 않을 만큼만
노력해야 한다.
그와 함께하는 행복이 소중해
신경쓰는 마음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워
쏟는 헌신은 버겁고 위태롭다.
원 없이 사랑하자.
단,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사랑을 가장한 억지 노력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떠날까 봐 두렵다면,
역설적으로 그를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내 마음을 마주하자.
그가 내게 소중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가 없었던 때의 내 삶은 어땠는지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행복의 모습은 무엇인지...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나의 행복인지를
먼저 알아봐주는 게 먼저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나를 위한 연애법] 시리즈
어느 누구도 아닌, 어떤 숭고한 목표도 아닌, 온전히 당신을 위한 연애의 방법을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 드립니다. (편집자: 구자민)
필자: 이두형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책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