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애 전문가’가 아니다.
지금은 아이 둘의 아빠가 되었지만
예전 내 연애들을 돌이켜보면
참… 후회되는 순간들이 많다.
아이 키우기에도 정신없이 바쁜 내가
과거의 연애들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은,
바로 진료실에 앉아있을 때다.
나는 어느덧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나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듣는 게 내 일이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타인들의 인생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연애 이야기도 듣게 된다.
순정만화 같은 풋풋한 사랑부터
일일 아침드라마처럼 격정적인 사랑까지.
애초에 연애에서 받은 큰 상처로
정신과에 찾아오신 경우들도 꽤 있지만,
다른 문제들로 찾아온 분들의 경우에도
상담이 깊어지다 보면
과거나 현재의 연애에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프로이트가 그렇게 말했나 보다.
‘일과 사랑이 인생의 전부’ 라고.
정신과에서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대인관계의 원형을
그와 그 부모님과의 관계라고 본다.
예를 들어 친구 집단, 직장 등에서
착한 사람으로 불리는 30세 A씨가 있다고 해보자.
누구에게나 항상 착하고 친절하기에
좋은 평가를 받지만,
그는 그러한 관계들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타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 속으로는 지쳐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특성은
생애 초기의 몇 년 동안
부모에게 ‘착한 아이’의 모습만
요구받던 경험의 연장선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이렇듯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대인관계의 원형을 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의 대인관계는
바로 연애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애인과의 관계야말로,
그 사람의 대인관계,
성격의 특성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거쳐온 연애들을 분석해보면
그 연애에 특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패턴에 숨어있던
자신의 심리를 알아채게 될 때,
앞으로 기존과는 다른
‘좀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혼자서는 이런 가능성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완곡하게 말한다.
정신과 의사인 나도,
역시 정신과 의사들인 내 동료들도,
다양한 직업의 내 친구들 모두
연애에 있어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실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물며 전문가들도
자신의 마음 속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가끔은 정말 거기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혹은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볼 줄 몰라서,
그리고 많은 경우 사실은 보기 싫어서…
앞으로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여러 연애 심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부분 내가 언젠가
진료실에서 들은 것에서 비롯된 이야기겠지만,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는
당연히 알 수 없을 것이며,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쉽게 만남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시작은 되어도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너무 잦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람들,
잘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들,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헤어진 후에도 놓지 못하는 사람들,
연애에서 늘 갑, 을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상처받는 연애를 반복하는 사람들.
그들이 어떠한 심리였을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하나하나 차근히 얘기해보려고 한다.
독자분들이 이 시리즈를 통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연애를 하게 되기를,
가장 행복해야 할 연애 속에서
오히려 고통받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줄어들기를.
[문제적 연애] 시리즈
김지용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만드는 연애심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편집자: 에디터 홍세미)
필자: 김지용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