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애의 과학
안녕하세요, 연애의 과학!
저는 20대 여자 고은(가명) 입니다.
지금 30대 직업군인 오빠를 만나고 있어요.
저희가 만나게 된 건
제가 취미로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모임 활동을 하면서부터예요.
오빠는 처음부터 호감 표시를 계속 해왔어요.
그러다 제가 운동 중 다쳐서 입원했고,
오빠는 매일 병원에 왔어요.
계속 밀어내는 저에게
오빠만 믿고 따라오라며 고백을 했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오빠만 믿으라며 스킨십을 강요하는 남자친구]
오빠와의 첫 문제는… 스킨십 때문입니다.
전남친과의 연애 때문에
스킨십에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런데 오빠는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한다,
오빠 믿고 따라 오기로 했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나는 전남친이 아니다 왜 그 피해를 내가 봐야 하냐,
스킨십하면서 더 가까워지는 거야,
너는 왜 너 입장만 얘기하냐 등등…
제 감정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자책하는 성격인데
오빠는 항상 전부 제 탓이라고 느껴지게 얘기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을 얘기하면
오빠는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얘기하고
그러면서 제가 말하는 방식, 말투, 단어를 지적하죠.
늘 말꼬리 잡히면서 저는 계속 혼나고 있고
제가 처음에 제 감정에 대해 얘기했던 건 대답을 안 해줘요.
제가 잘못된 것들에 대해 지적하고
이렇게 저렇게 말하라고 가르쳐 주더라고요;;
[남자친구 모습에 거부감이 듭니다]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다 보니 마음을 열기가 힘들었고
제 속마음 꺼내기가 어려웠어요.
오빠는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오빠도 자기가 혼자 연애한다고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벽을 두는 게 보인대요.
처음에는 제가 전남친때문에 혼자 겁먹어서
오빠에게 벽을 두는구나 생각해서 노력했는데
오빠의 강압적인 모습, 전부 지적하고 제가 잘못됐다고 하는 모습,
내 모습을 자꾸 바꾸려고 하는 모습에서
제가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거 같더라구요…
오빠는 항상 제가 제 입장만 얘기하고
오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오빠가 바라는 모습에 저를 맞춘다고 느끼거든요..
오빠는 자기가 하는 말에 수긍해야 하고,
묻지 않은 말에는 대답하지 말라고 해요.
자기가 잘못됐다고 얘기하면
자기 기분이 풀릴 때까지
제가 애교를 부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제 입장을 얘기하니 화가 나고 미안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 시간이 넘도록 혼이 납니다.
[제 자신이 인형이 된 기분이에요]
오빠는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고
원칙적인 이유를 들면서
자기는 문제가 없대요.
제가 한 행동과 제 말투 때문에 싸우는 거고
애초에 그런 행동을 안 했어야 한다며
무슨 말을 해도 오빠가 생각한 방식,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아요..
제 모습을 잃는 거 같고 제 자신이 인형 같아요.
전부 제 탓인 거 같고…
근데 제가 느끼는 감정을 말하기도 어렵고 무섭고…
남친이 저를 싫어하는 회사상사 같고
또 선생님같이 느껴져요.
모든 기준이 오빠 자신 같아서 너무 힘듭니다.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From. 연애의 과학
안녕하세요 고은님!
먼저 현재 두 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저희가 사연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었어요.
“말하는 방식, 말투, 단어를 지적해요”
“저렇게 말하라고 가르쳐 주더라고요”
“묻지 않은 말에는 대답하지 말라고”
“한 시간이 넘도록 혼이 납니다”
이 표현들은 연인 사이보다는
선생님과 학생, 직상 상사와 부하 사이에
더 어울리는 것들이에요.
현재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를 자신과 대등한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다는 거죠.
여기서 현재 고은님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발생한답니다.
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연애 상담 START!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이라는 심리학 이론이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에게는 자신에 관한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거죠.
이건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물론 연인의 간섭과 통제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말 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
사실 어느 정도의 간섭은
연인의 특권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기억해야 할 건, 이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대등하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거예요.
즉, 간섭에 따를지 말지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당사자에게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자기결정이론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연인에게 존중받지 못할 때,
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립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1. 방어적인 태도
휴스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연인이 가르치려 들거나 강압적일수록
사람들은 연인에게 더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해요.
(Knee. C, 2002)
고은님이 사연에 적어준
“오빠는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나
“오빠에게 벽을 두는” 행동들이
바로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죠.
상대방이 날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는,
내 감정을 공감해주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고은님을 더 방어적으로 만드는 거예요.
아마도 두 분은 다른 커플들보다
더 자주 다투는 편일 가능성이 높아요.
당연히 화해하는 데에도 더 오래 걸리겠죠.
#2. 자존감 하락
고은님이 보내주신 사연을 보면서
한 가지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오빠가 바라는 모습에 날 맞춘다.”
“제 자신이 인형 같아요.”
“전부 제 탓인 거 같고…”하는 부분이죠.
이러한 표현들로 볼 때,
고은님은 현재 남자 친구와 연애하는 동안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인 것 같아요.
연인의 통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건
개인의 자존감에 매우 중요해요.
(Hodgins, 2008)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때,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실감할 수 있거든요.
고은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마주할 필요가 있겠어요.
#3. 스킨십 문제
마지막으로 스킨십 문제를
짚고 넘어갈게요.
지금으로선 남자 친구의 강요나
죄책감 때문에 스킨십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스킨십은
오히려 관계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큰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거든요.
(Brunell, 2013)
스킨십은 이 글을 다 읽고,
남자 친구와 충분한 대화를 해보고 나서
"고은님이 정말 하고 싶을 때"
하는 걸로 해요. 알겠죠?
그럼 어떻게 할까?
고은님의 자책이나 방어적인 태도,
자신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은
상당 부분 남자 친구의 태도로 인해
생긴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러니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남자 친구에게 현재 고은님의 상태를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팁을 한 가지 드리자면,
대화 중 남자 친구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 대화해보세요.
남자 친구의 행동이나 태도 보다는
그로 인해 고은님이 받는 상처와 아픔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거죠.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더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이렇게 대화를 해봐도
남자 친구가 전혀 공감해주지 않고
오히려 고은님의 잘못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정말 가슴 아프지만
이별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상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하려는 순간,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구요.
그런 연애는 아마
앞으로도 행복하기 힘들 거예요.
진심으로, 고은님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P.S.
오랫동안 행복한 연애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래가는 연애의 조건>을 읽어보면,
두 사람이 성격이 다르거나
주변에서 연애를 반대하더라도
헤어지지 않는 법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래 링크를 누르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