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속출!

제 생일날 잠수 이별을 당했어요. 
이미 6개월 전 일이지만

아직도 화나고 분해요.”

“싸우다가 그대로 잠수타버렸어요.
실컷 욕해주고 차단하긴 했지만
우리 사이가 그 정도밖에 안 됐나 싶어
너무 허무합니다.”

연애의 과학에
끊임없이 오는 사연 중 하나가
바로 잠수 이별에 관한 사연입니다.

SNS, 메신저로
사람들이 쉽게 연결되고 끊어지는 요즘,
잠수 이별은 점점
흔한 이별법이 되고 있어요.

 

연애의 과학에서는
잠수 이별하는 사람의 특징
다룬 적도 있죠.
(관련 글: 잠수 이별 잘하는 사람들의 3가지 특징)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잠수 이별에 관한 연구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어요.
바로 잠수 이별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당하는” 사람들에게도 특징이 있다는 것.

‘이게 대체 무슨 X소리???’
싶으신 분들, 일단 침착하세요!
지금부터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

 

 

애착 유형과의 상관관계

연애의 과학 독자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의 연애 패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애착 유형입니다.
(참고 글: 모든 사람들의 연애 유형은 3가지로 나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매우 편안한 안정형,
친밀한 관계에 불편함을 느끼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회피형,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불안형으로 나뉩니다.

로어노크 대학 파월 교수는
애착 유형과 잠수 이별이
어떤 관계를 갖는지 궁금했어요.

파월 교수는
잠수 이별과 애착 유형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중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바로 잠수 이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형’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연구에서
잠수 이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불안 애착 지수가 더 높았거든요.

아니... 누구보다 잠수 이별을
끔찍해하는 불안형이
잠수 이별을 당할 확률이 가장 높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연구진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불안형의 특성은
상대방이 간접적인
이별 방식을 택하도록 만든다

불안형은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까 봐 항상 불안해해요.
그러다 보니 집착도 많이 하죠.

또한 관계에 올인하기 때문에
이별을 생각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선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런 불안형의 특성이
직접적인 이별 방식 대신
잠수 이별과 같은 간접적인 이별 방식을
선택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불안형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은
메시지, 전화 등으로 이별을
통보받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증명됐어요.
(Weisskirch, 2012)

둘째. 잠수 이별을 당한 경험이
불안형 애착을 강화한다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잠수 이별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겨요.
누구를 만나도 상대방이 언제든
사라져버릴까 걱정하게 되거든요.

이러한 트라우마가
잠수 이별을 당한 사람들의 불안형 애착을
강화한다고 보는 측면이죠.

즉, 불안 성향이 약하거나
잠재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도
잠수 이별을 당하면
불안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연구진은 두 가지 모두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결국, 누구보다 잠수 이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잠수 이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ㅠㅠ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요

혹시 불안형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잠수 이별을 당한 분이라면
‘내 탓’이라며 자책하지 마세요!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잠수 이별을 당신 탓으로
돌리기 위함이 아니에요.

저도 잠수 이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요,
예전 일이지만
가끔씩 떠올라 괴로울 때가 있어요.

주로 ‘왜 그랬을까?’
'내가 뭔가 잘못했던 걸까?'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라는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죠.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잠수 이별은 그저 이별이나 다툼,
갈등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성향이 만든 결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잠수 이별은 참 비겁한 방식이지만
그 사실 하나로
'우리가 그 정도밖에 안 됐던 걸까?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라며
두 사람의 기억, 그리고 나라는 사람까지
모든 걸 폄하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그게 그 사람의
어쩔 수 없는 한계였던 것일 뿐이니까요.

혹시 잠수 이별로 인해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 더 상황을 건조하게
바라보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P.S.

여전히 이별을 극복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면
연애의 과학에 있는
이별에 관한 아티클들을 쭉 읽어보세요.

이별은 어떤 식으로 하게 되는지,
어떻게 이별을 바라봐야 하는지,
이별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잘 소개되어 있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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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ll, D. N., Freedman, G., Williams, K. D., Le, B., & Green, H. (2021). A multi-study examination of attachment and implicit theories of relationships in ghosting experiences.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02654075211009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