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외롭다

결혼했든 하지 않았든
연애를 하든 솔로든
사람을 좋아하든 혼자를 즐기든
누구에게나 "외로움"은 있다.

온전히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인간은 태생적으로 관계를 지향한다.

그러나 관계는 시작조차 되지 않을 수 있고,
이미 이루어진 관계 역시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때로 외로워진다.

이는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본질 중 하나다.

하지만 세상은 이 외로움을
잘못된 마음이라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고독을 찬양하지만
뒤돌아서서 이를 비웃는다.

성숙한 사람은 혼자 지낼 때조차
외로워하지 않는다는 환상
깊이 자리하고 있다.

 

외롭지 않다는 환상

환상의 문제는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소외시킨다는 데 있다.

티비 속 여유 있는 이들의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나
해외여행이 '일상'으로 소비될 때
그저 평범히 느끼던 나의 하루가
갑자기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원리다.

외롭지 않은 게 정상이라는
환상으로 인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마냥 치부된다. 

마음에 허전함을 느끼면
어딘가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증거이므로
어떻게든 없애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사회는 계속해서
"마음이 멀쩡한 사람은
외로움도 잘 느끼지 않고,
번듯하게 연애를 하거나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SNS는 이미 그런 메시지로
도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은연중에
'저게 정상이야. 저렇게 살아야 해.
외로움과 허전함을 느끼면 안 돼.'
라는 생각을 한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낯선 이성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상당한 생물학적, 생화학적인
즐거움을 유발한다.
맛있는 술을 들이켠 것처럼
그 쾌감 앞에서 외로움은 효과적으로 무마된다.

그러나 술은 깨게 마련이다.
호르몬의 칵테일이 소진되면
본능이 아닌 차분한 이성의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상대가 나의 외로움은
잠깐 없애줄 만한 사람이었으나
나의 삶과 마음을 기꺼이
내어줄 만한 이는 아니었음을 깨닫고 나면
다시금 공허함은 깊어진다.

'외로운 것은 문제'라는 생각에,
혹은 그 느낌이 너무 버거워
벗어나기 위해 무의미한 만남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홀로됨이 두려워,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데도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외로움은 때때로 마음을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힘든 현상이지,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다.

외로움이 비정상적인 마음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다.

외로움은 극복하거나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이 성가신 녀석을 굳이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이를 어떻게든 없애기 위해
억지로 누군가의 손을 잡을 필요도 없다.

 

내가 사랑했던 건

내가 사랑했던 건 너일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느낌이었을까.

반복되는 사랑과 이별이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하나가 되기 위해
짝을 찾아다니는 반쪽이 아니며
있는 그대로 온전한 존재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낯간지러운 위로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당신이 외롭지 않고 싶어서
쉬운 만남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원치 않는 사랑을
억지로 이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소중함은,
분명 당신의 외로움보다는
훨씬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연애법] 시리즈
어느 누구도 아닌, 어떤 숭고한 목표도 아닌, 온전히 당신을 위한 연애의 방법을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 드립니다. (편집자: 구자민)


 


필자: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책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