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연애의 과학 에디터분들을
만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문제적 연애> 마지막 글이다.
지난 글들을 다시 훑어보며
댓글들 또한 모두 읽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의 생각이 다 맞다.
연애 못 하고, 연애할 때 을이 되고,
반복해서 나쁜 사람만 꼬이는 데에
한 가지 이유만 있겠는가.
나는 다수의 사람에게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심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애초에 정답은 없다.
댓글로 많은 질문을 해주셨지만
댓글만으로는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에
답변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신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제게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마음에도 훈련이 필요해
연애에 관해 겪는 감정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무의식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날 조종하던 심리의 정체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변화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무의식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때 사람들은
반복되는 무의식의 고리를 끊어줄
마법 같은 한 수를 기대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꾸준한 노력뿐이다.
이성의 힘을 키워야 한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을 키우고,
감정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매일, 모든 순간 연습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헬스장에 하루 이틀 다닌다고
근육질 몸매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마음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선
지겹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희망적인 것은
그러면 누구나, 무조건 변한다는 사실이다.
신경 가소성이란 뇌의 특성이 있다.
경험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뇌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신기한 능력이다.
일부러 사용하면 할수록
특정 부위의 뇌 기능이 강해진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할수록
이성을 담당하는 뇌의 힘이 강해진다.
누군가를 선택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나의 연애 패턴은 일종의 습관이다.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고, 고치기 어렵다.
연애 패턴을 고치는 것은
오른손잡이인 내가
왼손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과 똑같이
불편하고 힘들다.
온종일 연습하고 아무리 다짐해도
다음날 또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 순간에 “역시 난 안 돼.”라고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수십 년간 반복해온 일이니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그저 다시 왼손으로 바꾸어
꾸준히 연습하면 된다.
그러면 결국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습관이니까.
사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 <데미안>이라는 책을 다시 읽었다.
아주 어릴 때 이미 읽었지만
그땐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고,
대학생이 된 후 다시 읽었을 때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데미안>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힘들고 어려운 책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15년 만에 그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 상황도 변하고,
스스로도 변하기 때문에
우린 충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우리는 모두 도전한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평안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연애하는 분들,
연애에 다시 도전하는 분들 모두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과거가 어쨌든 현재와
눈앞의 상대방에게 집중해보자.
그와 함께하는 이 순간의 행복을
더 크게 느껴보자.
상대를 아낌없이 사랑하되,
반드시 그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자.
어느 순간부터 행복보다 아픔을 주는
연애라면 과감히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연애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고, 인생에 있어 단 한 번만
성공하면 되는 것이니까.
[문제적 연애] 시리즈
김지용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만드는 연애심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편집자: 구자민)
필자: 김지용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